뫼르소를 이해하다

폭염, 기후변화
"이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나약함이 어떤 비이성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한여름의 기온이 매일같이 35도를 훌쩍 넘어선다. 습도까지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종종 40도를 가리키는데, 이 정도의 더위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인체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날씨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기후변화가 피부로, 온몸으로 느껴지는 현실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 저 멀리 유럽이나 미국에서 벌어졌던 기록적인 폭염이나 예측 불가능한 폭설, 혹은 도시를 삼켜버린 듯한 폭우 소식들은 그저 뉴스의 한 꼭지일 뿐이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대륙의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그런데 최근 지구는 명백히 심상치 않은 징후를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이, 그리고 우리의 정신이 이 비정상적인 열기에 서서히 침식당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햇볕이 칼날처럼 눈가를 간지럽히자 그 압도적인 자극을 참지 못한다. 결국 그는 리볼버 권총을 냅다 다섯 발(정확히는 한 발을 쏜 뒤, 이미 죽은 상대방에게 네 번을 더 난사했다) 쏘며 한 아랍인을 살해한다. 그 순간의 뫼르소의 심리,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태양의 폭력성을 요즘 같은 날씨에 문득 이해하게 된다. 비단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나약함이 어떤 비이성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BEHIND STORY

그날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열기에 온몸이 휘청거렸다. 에어컨 바람에 잠시 속았던 감각들이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는 짧은 길, 횡단보도를 건너려 섰을 때였다. 기다란 햇볕이 아스팔트 위에서 아지랑이처럼 춤을 추고, 눈앞에 번쩍이는 자동차 유리창 반사광이 섬광처럼 터졌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섬뜩하리만치 선명하게 뫼르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눈에 비쳤을 지중해의 태양, 그리고 그 태양이 품었던 살의의 불꽃. 마치 내 눈앞의 햇살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이성의 얇은 막을 찢으려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한순간 숨이 턱 막히며, 세상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오직 눈부신 빛과 내 안의 섬뜩한 충동만이 남는 듯했다. 다행히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의 움직임에 정신을 차렸지만, 그 짧은 찰나의 경험은 잊히지 않았다.

그 후로 며칠 밤낮을 뒤척이며, 이 비정상적인 더위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문학 속 상상력이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곱씹었다. 이 글은 바로 그날의 섬광 같은 순간에서 시작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