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접어 도착한 두 개의 방

"이 두 개의 방은 결국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두 개의 절규가 되어버린 비극의 공간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하필 지구, 드넓은 지구의 표면 중에서 하필 땅, 두 발로 딛는 땅에서 하필 대한민국, 여러 도심과 시골, 그 중간 등의 행정구역 중 하필 서울, 한강 남쪽과 북쪽 어쩌면 좌우 중에서 하필 어느 한 동네, 그 동네에서도 오직 방 두 개로 정해진 이 공간.
끝없이 접고 접어 도착한 이곳에서 내가 다시금 펼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생각뿐이라는 게 나를 어느 한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이것은 나의 선택이라기에도, 누군가의 강요라기에도 부족한 그 중간 지점에 있는 무언가이다. 나아갈 수도 없고, 어쩌면 그 방법조차 잊어버렸다는 게 나를 짓눌러온다.
차라리 하나의 가만히 있는 섬이었다면 좋으련만.
인간은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가는가?
누군가와 함께 빚어낸 이 작은 우주는, 애초에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가장 투명한 본연의 모습으로 마주하려던 간절한 염원에서 시작되었다. 드넓은 세상의 모든 소음과 번잡함, 그리고 우리를 짓누르던 무거운 역할들을 접어내고, 오직 둘만의 심장 소리가 울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각자의 우주를 통째로 압축해 하나의 은하계로 만들려는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시도였다. 더는 방황하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약속이자, 외부의 어떤 힘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성채를 꿈꿨다.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 접어낸 탓일까. 삶의 다채로운 빛깔들이 사라진 자리에, 서로의 깊은 그림자만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침묵이라는 벽돌이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켜켜이 쌓였다. 한때는 서로의 모든 것이라 믿었던 존재들이, 이제는 가장 낯선 타인이 되어버린 기분. 그 좁은 두 개의 방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섬이 되어 부유한다. 서로에게 닿으려 애쓸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는 신기루처럼. 그저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이 자연스레 흐르던 넓은 세상에서, 우리는 왜 이토록 좁은 곳에 갇혀, 서로에게 다가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잊어버렸을까. 이 두 개의 방은, 결국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두 개의 절규가 되어버린 비극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