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현실 속, 역설적 숭고함의 탄생

현실인식, 역설적숭고함
"정치가들의 무능과 방관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숭고한 사상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양분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개인의 서사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늘 다양한 모순과 이율배반, 귀납적 오류, 그리고 의견 충돌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내부적, 외부적 저항 속에서도 개인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길을 찾기 마련이지만, 정작 가장 강력하고 유효한 저항은 스스로 참여하지 않은 채 시작된 상황이 주는 강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스로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예측되는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부정적 미래를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거대한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시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노동의 가치는 점차 평가절하되고 있으며, 사유재산과 화폐의 가치 또한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해결하려 들지 않는 모든 정치가들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먼 미래에는 노동과 소유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는 깊은 우려를 품게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가치관이 뒤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과연 무엇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가야 할까? 그 첫걸음은 무너져 내리는 현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 위에서, 조금이나마 덜 파괴된 땅 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부터 새로운 시작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사유의 과정에서 문득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우리를 점차 불합리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모든 정치가들의 무능과 방관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숭고한 사상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양분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의 역할은 비록 의도치 않았을지라도, 인류의 정신적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너무나 숭고한 것이 된다.

BEHIND STORY

낡은 강단 위 정치인의 공허한 수사는 청중석 젊은이들의 눈빛을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명문 대학 강당을 가득 메운 그들의 얼굴에는 희망보다는 체념과 회의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은 이미 노동의 가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자신들이 쌓아 올릴 미래가 얼마나 불안정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직감하고 있었다. 정치인은 거창한 비전과 추상적인 약속만을 늘어놓았지만, 그들의 질문은 언제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우리의 노력은 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합니까?",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합니까?"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핵심을 비껴가는 미사여구뿐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강당을 나서는 젊은이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 그리고 체념이야말로, 기존의 모든 가치를 의심하고 새로운 사유를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방관이 역설적으로 젊은 영혼들에게 깊은 철학적 성찰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실패가 오히려 더 숭고한 정신적 양분이 되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도록 강요하고 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