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좀먹는 태만: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다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지 말라"
생산성이 결여된 상태, 즉 일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나쁜 일이다. 이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공동체와 조직,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생산적 결과물도 제공하지 않는 무기력한 상태를 의미한다. 주어진 자원과 기회를 소비하면서도 스스로 생산적인 기여를 하지 않는 태도는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따라서 단순히 나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일하는 것'은 비단 육체적인 노동이나 특정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서와 같이 자기 내면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적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 혹은 창의적인 사유와 탐구 또한 넓은 의미에서 '일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늘 다양한 형태로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 속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로든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하려는 개념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명확히 주어진 과업이나 사회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태만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나쁘다는 주관적 평가를 넘어,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하나의 '죄'로 인식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나아가 타인의 신뢰를 기만하는 배신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목격해 왔다. 그들은 대단히 교활하고 영악했으며,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거나 상황을 왜곡하는 데 능숙했다. 때로는 정당한 비판이나 지적 앞에서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위압하고 굴복시키려 들었다. 그들의 존재는 공동체 내부에 불신과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좀먹는 독과 같았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마땅한 의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그들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무게는 고스란히 남은 이들의 어깨 위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너무나 모순되고 서글픈 구조이지만, 우리에게는 이 뿌리 깊은 불균형의 구조를 단숨에 바꿀 만한 강력한 힘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공동체의 신뢰와 활력을 갉아먹는 독사 같은 이들에게 엄중하고 단호하게 고하고자 한다.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지 말라.
정오의 회의실, 모두의 얼굴에는 피로와 좌절감이 뒤섞여 있었다. 지난 석 달간 밤낮없이 매달렸던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한 명의 나태함과 의도적인 방관이 수십 명의 헌신적인 노력을 수포로 만들고,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공동체의 신뢰를 한순간에 붕괴시켰다. 나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개인의 의무 불이행이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되어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지 뼛속 깊이 깨달았다. 그들의 교활한 변명과 적반하장의 태도 앞에서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었다. 이 글은 그날의 씁쓸한 깨달음과,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외침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