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진 직선: 우리가 다시 그리는 삶의 지도

삶의 궤적, 좌절과 극복
"삶에 지장을 주는 것은 거대한 장애물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끊임없이 출몰하는 작은 방해꾼들이 나의 '직선'을 갉아먹고, 결국에는 나 자신을 소진시키는 주범이었다."

가능성의 문턱 앞에서 주저앉고 다시금 시작점으로 회귀해야만 했던 모든 영혼들이여, 그대들의 이야기는 결코 헛되지 않다. 좌절의 발걸음마다 흩뿌려지는 미련과 아픔, 때로는 치솟는 분노마저도 제 손으로 그러모아 홀로 감당해야 했던 그 비참함을 우리는 모두 보았다. 누가 감히 그 고통에 가벼운 위로의 말을 던질 수 있을까! 그 누구도 당신의 궤적을 섣불리 더럽힐 수 없을 것이다. 그대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음에도, 그 발자취에 함부로 흙을 뿌리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그 여정까지, 이전보다 훨씬 더 길고 깊은 궤적을 그려 나가는 그대 뒷모습을 우리가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많은 현대인이 겪는 미련이고, 눈물이며, 때로는 끓어오르는 분노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출발점을 향해 걷는 그 고독한 발걸음을 위한 작은 글자 덩어리이다. 이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를 어떻게 풀어낼지 수없이 고민했으나,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 외에는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각자의 삶에서 그려낸 저마다의 더 긴 궤적들을 나에게 기꺼이 들려주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들려오는 목소리가 없으니, 기다림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고자 한다.

삶의 길목을 가로막는 것은 결코 불치병과 같이 거대하고 부러진 거목만이 아니다. 길목에는 예상치 못한 보행자의 무단횡단과 야생동물의 갑작스러운 태동, 심지어 날지 못하는 새들의 서툰 걸음마저도 우리는 늘 예측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기에, 나의 길목에서 결코 배려를 보이지 않는다. 곧게 뻗어가야 할 나의 직선이 잠시 요동치며 굽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에게는 수많은 작은 질병과 상실이 바로 그 무단횡단이자, 생명의 예측 불가능한 요동이며, 때로는 그들의 무심한 걸음이었다. 이제, 이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어떻게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결국 육체만을 남겨 놓았는지, 그 적나라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BEHIND STORY

어느 밤이었다. 창밖으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빗방울이 가늘게 흩날리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하루를 정리하며 노트북 화면 속 빼곡한 일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저만치 앞서 있어야 할 내 인생의 직선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리저리 휘어지고 꺾여 있었다. 거대한 실패나 드라마틱한 좌절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예상치 못한 작은 오류들, 사소한 오해, 몇 번의 미뤄진 약속, 갑작스러운 몸살, 그리고 그저 스쳐 지나갔던 무심한 말 한마디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끈처럼 내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작은 질병과 상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내 길을 수정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그저 잠시 굽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곧게 펴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굽어진 길을 곧게 펴는 데 드는 에너지는, 애초에 곧게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막대했다. 나는 무수한 작은 굽이들을 하나하나 통과하며 나의 에너지가 바닥나는 것을 느꼈다. 육체는 지쳐갔고, 정신은 닳아 없어지는 듯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삶에 지장을 주는 것은 거대한 장애물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끊임없이 출몰하는 작은 방해꾼들이 나의 '직선'을 갉아먹고, 결국에는 나 자신을 소진시키는 주범이었다. 그 밤,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더 이상 이 작은 것들과의 싸움을 외면할 수 없음을 인정했고,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야만 한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나의 이야기가 어쩌면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