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 캔 사망 사건

"그가 찢어버린 것이 단순한 캔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간절한 소망이었음을"
밤의 장막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나를 불현듯 깨운 것은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품고 있던 모든 잠을 순식간에 달아나게 만들었다. 나를 공포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아주 기이하고 섬뜩한 비명 소리였다. 이내 정신을 바짝 차렸고, 뇌리에 선명히 각인된 단서들을 시간 순서대로 면밀히 나열해 보았다.
첫 번째 단서는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찢으며 빠르게 질주해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였다. 두 번째 단서는 그 자동차 소리에 뒤이어 들려온, 무언가가 처참하게 치이는 듯한 기이한 소리였다. 내 귀에는 분명 사람의 비명처럼 들렸다.
그리고 세 번째 단서는 그 직후,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듯한 희미한 소음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지만, 낮 동안 쌓인 극심한 피로가 나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이 정의로운 시민은 결국 이불 속을 박차고 일어나 사건 현장으로 달려나가지 못했다.
날이 밝자마자, 어젯밤의 미스터리한 사건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의 시선은 마치 홀린 듯 창밖을 향했다. 그곳에는 어젯밤의 비극을 증명하듯 덩그러니 남아있는 잔해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처참하게 찌그러진 펩시 콜라 캔의 시체였다.
아아, 펩시는 나에게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사랑이었다. 나의 소중한 펩시가 어젯밤 무심한 자동차 바퀴 아래에서 그토록 무참히 짓밟힌 것이었다.
그 운전자는 법적인 처벌은 기적적으로 피해 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나의 강력한 '미움 마일리지'를 적립하게 될 것이다. 물론 누구인지 알 길은 전혀 없으니,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를 미워할 뿐이다. 부디 펩시의 영혼이 편안히 잠들기를 진심으로 빈다.
그 새벽의 정적 속에서 나는 늘 나만의 작은 의식을 치르곤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밤새도록 품었던 무거운 생각들을 캔 속에 봉인하듯,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 펩시 한 캔을 조용히 놓아두는 일이었다.
찌그러지지 않은 완벽한 모양의 그 캔은, 언젠가 이루어질 나의 꿈과 같았다. 내일 아침, 온전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면 그 꿈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어쩌면 유치한 믿음이었다.
잠 못 드는 밤마다, 나는 그 캔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점치곤 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캔을 보며, 나 또한 흔들리지 않고 내일을 맞이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어젯밤, 그 무심한 바퀴는 나의 가장 은밀하고 소중한 희망의 징표를 짓밟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의 내일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운전자는 아마 평생 모르겠지. 그가 찢어버린 것이 단순한 캔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간절한 소망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