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시, 당신이 몰랐던 해석의 반전
"시 속에 드러난 화자의 태도는 매우 냉소적이며, 어쩌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관찰자의 권력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전지적 태도를..."
저는 지독하리만치 글 읽기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음을 여실히 느낍니다. 그럼에도 최근 우연히 한 편의 짧은 시를 접하게 되었고, 그 시를 계속해서 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헌정시를 쓰는 데에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시인이 방송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했거나 숨겨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A는 A라고 명확히 말해줘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시'라는 문학 장르는 시인이 빗대어 표현하고, 본래의 뜻을 숨기거나 과장하고 왜곡하며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는 읽는 이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가장 넓게 열어주는 독특한 미학을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함축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습니다.
제가 깊이 생각하게 된 그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니 왜
좀처럼 따사롭지 못한 초원에
내가 뜬 눈일 이유는 없잖아요
검은 양들의 울음소리가
무섭게 메아리치는데
내가 여기서 소리 내어 웃는다고
쟤네를 이길 수 있냐 이 말이죠
그래서 나는
한참을 울고 있는 거라고요
빗물이 입안에 고이는 게 싫어
유지된 침묵
당연해진 혐오
근데 내 옆자리 꼿꼿한 허리의 그는 아닌가 봐
입을 쩌억 벌려 모조리 다 받아마시고 있어
그것도 웃으면서!
번개를 어떻게 안 무서워하는 걸까
낙뢰가 심장을 찌르는 순간을
다들 고통이라 부르지만
발라당 누워버린 그는 만세를 외치네
뾰족해진 머리카락 끝에선
그가 선물한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후들후들
손을 잡아드릴까요?
그는 번개를 안 무서워한 적 없어
내 기억의 탄생일부터 지금까지
이 볼품없는 초원에
무지개를 뿌리고 싶은 뿐이었어
조만간 이 세계가 멸망할까요?
그렇다면 아주 잠깐
긍정을 거둬 주세요
제가 방금 햇살을 찾았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통해 감동을 얻고 눈물을 훔치며 삶의 희망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에서 전혀 다른 것들을 보았고, 또 느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여러 조각으로 잘린 위대한 문장가들의 문장을 다시금 이어붙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차라리 '시(Poem)'라고 하기보다 글자로 표현한 '콜라주(Collage)'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조각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시 속의 화자가 치열하게 또는 순수하게 관찰한 뒤에 나온 표현 같지는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예술 표현은 관찰을 시작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등 창작이 시작되는데, 이 시는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표현들을 가위로 자르고, 접착제로 붙이거나 실과 바늘로 엮는 등의 방식을 사용한 것처럼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콜라주라 표현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시를 쓴 시인은 결코 시 속의 다른 인물과 수평적 위치에 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권위적이며 그 권위를 지키는 입장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시의 초반부에서 "뜬 눈일 이유는 없잖아요" 라고 선언하는 모습이나, 심장을 찌르는 낙뢰에도 "만세를 외치는" 인물에게 손을 당장 내밀어주지 않고 "손을 잡아드릴까요?" 라고 시혜적으로 묻는 점, 그리고 번개에 대한 공포감이 있는지를 스스로 앞서 재단하는 점 등은 꽤나 권위적인 위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는 연예인 유재석을 위해 헌정된 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 그의 행실과 성품을 보았을 때, 존중의 마음을 담아 쓴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며, 그 방식은 꽤나 세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재석의 행실이나 성품과는 별개로, 시 속에 드러난 화자의 태도는 매우 냉소적이며, 어쩌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관찰자의 권력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전지적 태도를 견지하려는 것이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은 이 시를 감상하는 또 다른 깊이를 제공할 것입니다.
시인은 헌정하기 위한 마음을 아주 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러나 눌러야 할 마음이 너무 컸던 것일까요? 권위적이며 수직적인 태도를 곁들이고서야 온전히 시로서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누군가는 이렇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 문학이 주는, 열린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